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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인생 이렇게 살아도 그냥 그렇다

by 망인생 2024. 10. 20.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이 떠졌다. 시계는 6시 45분을 가리켰다. 어둑한 방 안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창밖을 바라보니, 잿빛 하늘이 무심하게 드리워져 있었다. 구름이 가득한 아침. 비가 올 것 같지는 않았지만, 굳이 날씨가 어떻든 상관없었다. 그저 그런 하루가 또 시작되는 거니까.

커피포트를 켜고 물이 끓기를 기다리며, 그는 주방 의자에 앉아 있었다. 몸이 무겁다기보다는 그냥 기계적으로 움직일 뿐이었다. 매일 반복되는 아침 루틴. 일어나고, 씻고, 출근하고, 퇴근하고, 다시 잠드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특별히 큰 일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무 일도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살아내고 있는 중이었다.

회사는 안정적이었다. 몇 년 전 그가 입사했을 때는 뭔가 기대가 있었던 것 같지만, 이제는 그 기대조차 흐릿해졌다. 사람들은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될 때마다 열정을 이야기하지만, 그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역할을 할 뿐이었다. 성실히 일했고, 별다른 문제도 없었다. 승진도 했고, 평가도 좋았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마음에 큰 파문을 일으키지 못했다. 아마 내일도, 다음 주도, 그저 그런 하루가 반복될 것이다.

커피 한 잔을 들고 창밖을 다시 내다보았다. 거리는 아직 조용했다. 출근하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점차 들려오기 시작했지만, 그 또한 배경음처럼 익숙하게 깔리는 소음에 지나지 않았다. 누군가는 바쁘게 살아가고, 누군가는 어딘가로 떠날 계획을 세우겠지만, 그는 그런 흐름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듯했다. 멀리서 바라보는 것처럼, 어딘가 얕은 수면 위에 떠 있는 느낌.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며, 문득 생각했다. 인생이란 게 원래 이런 건가? 뭔가 특별할 것 같던, 기대하던 순간들은 이미 지나간 걸까. 아니면 아직 오지 않은 걸까. 그 답을 알 수 없다는 사실이 그를 지치게 만들었다.

그는 커피를 다 마신 뒤 가방을 들고 문을 나섰다. 발걸음은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았다. 그저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무심하게 하루를 흘러가게 둘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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