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깊었는데, 눈꺼풀은 무거워지지 않았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몇 번이고 몸을 뒤척였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머리맡의 시계는 규칙적으로 초침을 움직였고, 그 소리가 방 안에 울리는 것 같았다. 시간은 여전히 흘러가는데, 나만 그 흐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기분이었다.
눈을 감고 가만히 있으려 해도, 생각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낮에 있었던 일들, 아무 의미도 없는 기억의 조각들, 내일 해야 할 일들이 뒤섞여 머릿속을 떠다녔다. 잡으려 하면 사라지고, 떠나보내려 하면 다시 떠오르는 생각들이 얽히고설켜 있었다.
이불을 발끝까지 끌어올렸다. 몸을 감싸는 포근함이 잠을 불러올까 했지만, 오히려 더 깨어 있는 느낌만 들었다. 방 안은 고요했고, 창밖에서는 간간이 차가 지나가는 소리만 희미하게 들렸다. 선선한 바람이 창문 틈새로 들어와 방 안을 스쳤다. 그것도 어딘지 모르게 불편했다. 몸을 돌리면 다시 그 자리에 돌아오고, 고요 속에서 작은 소리들만 커져갔다.
왜 이리도 잠이 오지 않는 걸까. 피곤한 줄 알았는데, 머릿속은 점점 더 맑아지고 있었다. 침대 가장자리로 손을 뻗어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차가운 물이 목을 타고 넘어갔지만, 그 청량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목만 적셨을 뿐, 마음의 답답함은 여전했다.
눈을 감은 채, 얕은 숨을 내쉬며 침대에 누워 있었다. 잠은 오지 않더라도, 지금은 그저 이 순간을 견디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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