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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다음 세상의 나에게

by 망인생 2024. 10. 29.

 

_"다음 세상의 나에게,"_

그녀는 핸드폰을 손에 쥐고 한참을 고민했다. 어느 누구에게도 보내지 못했던, 어쩌면 자기 자신에게조차 솔직하게 말해본 적 없던 마음을 꺼내 보려는 순간이었다. 문득 떠오른 그 생각에, 마치 다음 세상의 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내듯 타이핑을 시작했다.

_"안녕, 다음 세상의 나. 이걸 너에게 보낸다는 게 조금 이상하긴 해. 그래도 이렇게라도 마음을 전하고 싶어. 내가 살아온 세상은, 너도 알다시피 그렇게 특별하지 않은 일상들로 가득했어. 소소한 행복도 있었고, 또 고된 시간도 있었지. 나는 그 안에서 많은 걸 배우기도 했고, 때로는 그냥 버티기만 했어."_

몇 번이나 문장을 지우고 다시 쓰기를 반복했다. ‘다음 세상’이란 게 정말 있다면, 그곳에서의 나는 또 다른 모습일까? 그저 지금의 자신이 겪었던 것과 다른 순간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녀는 잠시 눈을 감고 깊은 숨을 내쉬었다.

_"혹시라도 너에게 부탁할 수 있다면, 너는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즐겼으면 해. 또… 다른 사람들보다는 너 자신을 조금 더 사랑했으면 좋겠어. 나는 그걸 많이 놓치고 지냈거든. 그러니까 네가 가는 세상에서는 후회가 덜하길 바랄게. 아, 그리고 힘들 때는 외롭다고 숨기지 않았으면 해. 혼자서 참으려다 보면 어느새 그 무게가 너무 커지더라고."_

그녀는 마지막으로 메시지를 확인했다. 이 글이 어디로 가든, 그 마음이 언젠가 닿을 것만 같았다. ‘전송’을 누르지는 않았지만, 다음 세상의 자신이 부디 이 마음을 알아주기를, 조금 더 행복해지기를 바라며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그렇게, 어둑한 방 안에서 작은 희망이 새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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