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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그냥 이렇게 살아도 세상은 변하지 않아

by 망인생 2024. 10. 17.


매일 아침 7시, 나는 알람 소리에 눈을 뜬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언제나 같다. 회색빛 하늘, 멀리서 들리는 자동차 소리, 그리고 그 아래로 흐르는 사람들. 모두들 무언가를 향해 빠르게 걸어가지만, 어디로 가는지 모를 정도로 그 움직임은 무의미하게 반복된다. 그저 날이 바뀌었을 뿐, 세상은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입고, 거울 앞에 선다. 같은 얼굴, 같은 표정, 같은 하루가 또 시작될 것이다. 벽에 걸린 시계를 본다. 몇 년 전 멈춘 그 시계는 여전히 그 자리에 걸려 있다. 시계 바늘은 멈춘 채, 영원히 8시 45분을 가리키고 있다. 그 시계를 바꾸는 건 잊어버린 지 오래다. 그건 어쩌면 나의 시간이 멈춘 것을 상징하는지도 모른다.

아무도 그 시계가 멈췄다는 사실을 신경 쓰지 않는다. 시간은 여전히 흘러가고, 사람들은 여전히 바쁘게 살아간다. 하지만 나는 가끔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 멈춘 채로 살아가도, 세상은 변하지 않을 거라고. 멈춰버린 시계처럼, 내 삶은 그 자리에 고정된 채로 계속 흐르고 있을 뿐이다. 변화란, 어쩌면 착각일지도 모른다.

출근길에 오르며, 나는 같은 버스를 탄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늘 그랬던 것처럼 지나간다. 매일 같은 거리, 같은 신호등, 같은 얼굴들. 사람들은 각자의 일에 몰두해 있지만, 그들의 얼굴에선 피곤함과 지루함이 묻어나온다. 마치 우리 모두가 거대한 시계의 톱니바퀴처럼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바뀌는 건 그저 시간의 숫자일 뿐, 본질은 그대로다.

회사에 도착하면 나는 같은 자리에 앉아, 같은 일을 시작한다. 컴퓨터 화면 속에 떠오르는 이메일과 서류들, 하나하나 처리해 나가지만, 그 과정은 어제와 다를 것이 없다. 성취감도 없고, 특별함도 없다. 그저 '해야 할 일'이라는 기계적인 움직임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리고 문득, 나는 느낀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세상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는 감각이 나를 감싼다. 지금의 내가 이 자리를 떠나도, 또 다른 누군가가 나를 대신할 것이고, 그 사람도 역시 같은 일들을 반복할 것이다. 우리는 누구도 시계를 멈추지 못한다. 그저 시계의 바늘이 가리키는 시간을 따라 살아갈 뿐이다.

저녁이 되면 퇴근길에 오른다. 여전히 같은 버스, 같은 풍경이 스쳐 지나간다. 도로 위의 불빛들이 반짝이고, 사람들은 각자의 피로를 안고 집으로 돌아간다. 나도 그들 중 하나다. 그 누구도 세상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아니, 바꾸려고 하지 않는 것이 더 정확하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하루하루를 흘려보내며, 변하지 않는 세상 속에서 멈춰 있다.

집에 돌아와 멈춘 시계를 다시 바라본다. 시계는 여전히 8시 45분을 가리키고 있다. 나는 한참 동안 그 바늘을 바라보다가, 어느새 스르르 잠이 든다. 내일도 같은 시간이 반복될 것이다. 내게 변화는 없다. 마치 그 멈춘 시계처럼, 나도 세상도 그대로일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이 멈춤 속에서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그 시계의 바늘이 다시 움직이게 될 날이 올까? 아니면, 내가 움직여야 하는 걸까? 대답은 없지만, 나는 그저 또 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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