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었다. 어둠이 채 물러가지 않은 창밖으로 부드러운 바람이 흘러들었다.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있던 나는 몸을 일으켰다. 창문 너머로 가느다란 별빛이 희미하게 반짝이고, 나뭇잎들이 살랑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공기는 선선했다. 여름이 끝나가는 이맘때쯤, 밤과 새벽 사이의 온도는 더 이상 뜨겁지 않고 적당한 서늘함을 품고 있었다.
몸에 닿는 공기는 기분 좋았다. 몇 시간 전,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 올리며 잠에 들었지만, 잠은 얕았다. 다시 눈을 뜬 것은 그저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무언가가 나를 깨운 것일까.
침실 한구석에 놓인 작은 탁자 위에는 어젯밤 마시다 만 물잔이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손을 뻗어 물잔을 들어 올렸다.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물이 목을 적셨다. 물잔을 다시 내려놓으며 창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창밖의 풍경은 여전히 고요했다. 멀리 보이는 도로 위로는 자동차 불빛 하나 없고, 사람들조차도 모두 잠든 듯했다.
창문을 열면 더 강하게 공기가 들어올 테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다. 나는 그냥 창틀에 손을 얹고 바깥의 공기를 느끼며 서 있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희미한 새소리, 간간히 지나가는 바람의 숨결. 모든 것이 정지된 듯하면서도, 동시에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나 혼자 깨어 있는 이 순간, 이상하게도 평온했다. 이따금 밤이 너무 길어질 때는 나도 모르게 깨달을 수 있는 이런 순간들이 있다. 마치 세상과 나 사이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내가 세계 속에 흩어지는 듯한 느낌.
이 새벽의 공기는 나를 감싸 안으며 부드럽게 속삭였다. “지금 이 순간을 느껴라.” 대답할 필요는 없었다. 그저 이 시간을, 이 고요한 순간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얼마나 더 이 자리에 서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천천히 다시 침대로 걸어가 앉았다. 몸을 뉘인 채 천장을 바라보았다. 아마 이내 다시 잠에 빠질 것이다. 그러나 이 새벽의 공기와 정적은 분명 나를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길 것이다.
다시 잠이 들기 전 마지막으로 느낀 바람의 온도는, 선선하고 편안했다.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