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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피곤함

by 망인생 2024. 9. 21.

밤은 조용했다. 창문 너머로 어둠이 짙게 깔리고, 도시의 불빛은 고요히 잠들어 있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을 감아도 머릿속은 끊임없이 돌아가고, 심장은 그 고동 소리로 나를 깨어있게 했다.

 

피곤했다. 너무도 피곤했다. 잠들고 싶었다. 그런데도 잠은 오지 않았다.

 

몇 주 전부터인가, 나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낮에는 일이 쌓이고, 밤에는 그 일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일터에서 사람들은 나에게 말을 걸었고, 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지만, 그 속에는 공허함만이 가득했다. 매 순간이 꿈속을 헤매는 것처럼 불확실하고 흐릿했다. 피로가 나를 천천히 삼키고 있었다.

 

몸은 무거웠다. 팔과 다리는 나를 거부하듯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의식은 흐려지고, 마치 나는 내 몸이 아닌, 거대한 어둠 속에 갇힌 무언가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나는 그 어둠을 마주할 용기도, 이겨낼 힘도 없었다.

 

하지만, 또다시 일어났다. 해야 할 일은 여전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피로는 나를 잠식했지만, 내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하루하루가 끝없는 반복이었다. 고된 하루를 보내고 침대로 돌아오는 이 순간에도, 나는 조금의 안도감조차 느끼지 못했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누구에게도 묻지 않았지만, 내 안의 무언가가 속삭였다. 무기력하게 침대에 누워 생각해보았다. 나는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걸까? 그 질문은 마치 오래된 장벽에 균열을 일으키는 것처럼 내 안에서 울려 퍼졌다.

 

곧 알람이 울릴 것이다. 그리고 나는 다시 하루를 시작할 것이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피로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침대 옆 시계의 초침이 조용히 움직이는 소리만이 방 안을 채웠다. 나는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눈을 감았다. 내일은 오늘과 같겠지. 그저 또 하나의 피로가 쌓이는 날.

 

하지만 어쩌면, 그 피로 속에서 내가 진짜로 느껴야 할 무언가를 외면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나는 어둠 속으로 천천히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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