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조용했다. 창문 너머로 어둠이 짙게 깔리고, 도시의 불빛은 고요히 잠들어 있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을 감아도 머릿속은 끊임없이 돌아가고, 심장은 그 고동 소리로 나를 깨어있게 했다.
피곤했다. 너무도 피곤했다. 잠들고 싶었다. 그런데도 잠은 오지 않았다.
몇 주 전부터인가, 나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낮에는 일이 쌓이고, 밤에는 그 일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일터에서 사람들은 나에게 말을 걸었고, 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지만, 그 속에는 공허함만이 가득했다. 매 순간이 꿈속을 헤매는 것처럼 불확실하고 흐릿했다. 피로가 나를 천천히 삼키고 있었다.
몸은 무거웠다. 팔과 다리는 나를 거부하듯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의식은 흐려지고, 마치 나는 내 몸이 아닌, 거대한 어둠 속에 갇힌 무언가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나는 그 어둠을 마주할 용기도, 이겨낼 힘도 없었다.
하지만, 또다시 일어났다. 해야 할 일은 여전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피로는 나를 잠식했지만, 내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하루하루가 끝없는 반복이었다. 고된 하루를 보내고 침대로 돌아오는 이 순간에도, 나는 조금의 안도감조차 느끼지 못했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누구에게도 묻지 않았지만, 내 안의 무언가가 속삭였다. 무기력하게 침대에 누워 생각해보았다. 나는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걸까? 그 질문은 마치 오래된 장벽에 균열을 일으키는 것처럼 내 안에서 울려 퍼졌다.
곧 알람이 울릴 것이다. 그리고 나는 다시 하루를 시작할 것이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피로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침대 옆 시계의 초침이 조용히 움직이는 소리만이 방 안을 채웠다. 나는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눈을 감았다. 내일은 오늘과 같겠지. 그저 또 하나의 피로가 쌓이는 날.
하지만 어쩌면, 그 피로 속에서 내가 진짜로 느껴야 할 무언가를 외면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나는 어둠 속으로 천천히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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