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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개강

by 망인생 2024. 8. 30.

눈을 뜨자마자 그는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무거운 돌덩이가 얹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었다. 개강 첫날. 이불 속에서 나오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 되어버린 아침, 그는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한숨을 쉬었다. 바깥의 세상은 너무나도 평온해 보였지만, 그의 마음속은 격랑이 치고 있었다.

가방은 어젯밤에 대충 챙겼다. 필기구와 노트북이 들어있는 백팩이 침대 발치에 무심히 놓여 있었다. 그 가방을 메고 학교로 가야 한다는 사실이 그를 더욱 절망하게 했다. 시간이 다가올수록 머릿속은 점점 더 복잡해졌고, 얇은 이불 위에 누워 있는 것이 안전하다고 느껴졌다.

억지로 몸을 일으켜 세면대로 향했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은 한동안 보지 못했던 얼굴처럼 낯설었다. 그는 물을 틀어 얼굴에 적셔보았지만, 마음속의 답답함은 씻기지 않았다. 차가운 물조차도 이 무거운 기분을 털어낼 수 없었다.

겨우 옷을 갈아입고 아침을 대충 때우고 나서, 그는 집을 나섰다. 가을 햇살이 따스하게 비치고 있었지만, 그의 마음속은 싸늘했다. 캠퍼스에 도착하자마자 그를 감싸는 무거운 공기. 익숙한 건물들이 그의 눈앞에 보였지만, 그곳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숨이 막혔다.

강의실로 향하는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이미 자리잡은 학생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서로 즐겁게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그에게는 너무나 멀게 느껴졌다. 그는 구석의 빈자리에 조용히 앉았다. 눈앞의 책상은 차갑고 딱딱하게 느껴졌다.

강의가 시작되었지만, 교수의 목소리는 그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이미 수많은 과제와 시험, 그리고 끝없는 학업 스트레스에 짓눌려 있었다. 노트북 화면 속으로 시선을 던지며, 그는 앞으로 다가올 수많은 일들을 생각했다. 막막함이 밀려왔다. 여름 방학 동안 잠시나마 느꼈던 자유는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 것이다.

수업이 끝나고 교실을 나설 때, 그는 한 발짝 내딛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졌다. 앞으로도 수많은 날들이 이렇게 반복될 것이라는 사실이 그를 짓눌렀다. 캘린더에 채워질 과제들과 마감일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고, 그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는 그저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학교를 빠져나왔다. 햇살은 여전히 밝게 비치고 있었지만, 그의 마음속 어둠은 더욱 짙어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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