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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선선한 날씨에 눈을뜨다

by 망인생 2024. 8. 28.

서늘한 공기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눈꺼풀 뒤로 약간의 빛이 스며들어오며, 그는 천천히 눈을 떴다. 방 안은 여전히 어둑했고, 창밖으로 새어 들어오는 바람 소리가 귀에 닿았다. 창문이 반쯤 열려 있어, 새벽의 차가운 공기가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이불 밖으로 손을 내밀자마자 온몸이 찌릿한 한기를 느꼈다. 바닥에 놓인 슬리퍼를 신으며 창가로 다가갔다. 창밖을 내다보니 거리는 아직도 고요했다. 한밤중에 내린 가벼운 이슬이 창문 유리에 물방울을 만들어 놓았다. 잔디 위에도 얇게 내려앉은 이슬이 반짝였다.

아직 해가 뜨기 전이었지만, 동쪽 하늘은 이미 붉게 물들고 있었다. 그는 이 순간이 주는 고요함에 몸을 맡겼다. 한동안 창밖을 바라보다가, 그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아침의 서늘함이 그의 마음 속에도 스며들어, 잠재워졌던 감정들이 서서히 깨어나고 있었다.

이 새벽의 고요함 속에서, 그는 스스로를 다시 찾았다. 긴 잠에서 깨어난 듯, 그는 천천히 창문을 닫고 깊은 숨을 내쉬었다. 마음 속 한 켠에 자리잡은 차가움은 어쩐지 익숙한 느낌이었다. 그 차가움 속에서 그는 자그마한 안식을 찾았다.

잠시 멈춰 서 있던 그는 이내 한 발을 내딛었다. 이 순간만큼은 온전히 자신만의 것임을 느끼며, 오늘 하루도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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