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일요일이었다. 창밖으로 비치는 햇살이 따뜻하게 느껴졌지만, 그다지 기분 좋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나는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이런 날에는 산책을 나가거나,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은 모든 게 귀찮았다. 머릿속에서 하나하나 떠오르는 할 일 목록들이 왠지 무겁게 느껴졌다. 빨래를 해야 한다는 생각, 밀린 설거지가 남아있다는 사실, 그리고 업무 이메일에 답장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 이런 것들 모두가 나를 침대에 더 깊숙이 눌러앉히는 것 같았다.
"그냥 오늘은 쉬자."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시간을 흘려보내고 싶었다. 몸이 피곤해서라기보다는, 마음이 피곤한 것 같았다. 너무 많은 것들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지쳐버린 걸까? 아니면 단순히, 때때로 찾아오는 이런 나른함이 나를 사로잡은 걸까?
무거운 이불 속에서 몸을 더 웅크렸다. 창밖에서 들려오는 새소리도, 가끔 지나가는 차 소리도, 나에게는 멀게만 느껴졌다. 마치 세상과 단절된 듯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속에서 나는 작은 평온함을 느꼈다.
어쩌면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나에게 필요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늘 바쁘게 살아가면서, 이런 나른한 순간을 잊고 지냈던 것 같았다. 잠시나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내 존재를 느낄 수 있는 이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나는 눈을 감았다. 이 일요일이 천천히 지나가기를 바라며, 나른함 속에 잠시 몸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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