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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03:47, 아직 잠들지 못한 너에게

by 망인생 2025. 7. 19.

 

 

책상 위 커피는 이미 미지근했고, 화면 속 문장은 다섯 줄을 넘지 못했다.


손목은 아프고 눈은 따갑고, 창밖은 어두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 장면을 쓰고 나면 잘 수 있을 것 같아."


거짓말이란 걸 나도 안다.


사실은, 그냥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는 밤이었다.

 

누군가는 침대에서 깊은 숨을 쉬며 꿈을 꾸고 있을 테고,


누군가는 불이 꺼진 방 안에서 조용히 울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모니터 불빛에 녹아들고 있었다.

 

바깥은 새벽의 무게로 눌려 있고,
벽시계 초침은 아직도 성실하게 똑같은 소리를 낸다.


나는 이 밤에 홀로 깨어 있다는 것이


왠지, 조금은 특별하다고 믿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도 이렇게 쓴다.


누가 읽지 않아도, 이 문장은 존재할 것이고

 

내일 아침, 나는 그저 "밤샘했어"라고 말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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