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 커피는 이미 미지근했고, 화면 속 문장은 다섯 줄을 넘지 못했다.
손목은 아프고 눈은 따갑고, 창밖은 어두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 장면을 쓰고 나면 잘 수 있을 것 같아."
거짓말이란 걸 나도 안다.
사실은, 그냥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는 밤이었다.
누군가는 침대에서 깊은 숨을 쉬며 꿈을 꾸고 있을 테고,
누군가는 불이 꺼진 방 안에서 조용히 울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모니터 불빛에 녹아들고 있었다.
바깥은 새벽의 무게로 눌려 있고,
벽시계 초침은 아직도 성실하게 똑같은 소리를 낸다.
나는 이 밤에 홀로 깨어 있다는 것이
왠지, 조금은 특별하다고 믿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도 이렇게 쓴다.
누가 읽지 않아도, 이 문장은 존재할 것이고
내일 아침, 나는 그저 "밤샘했어"라고 말하겠지.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04:28, 문장의 그림자 (1) | 2025.07.21 |
---|---|
비 오는 날의 조용한 집 (0) | 2025.07.16 |
월요일을 삼킨 의자 (3) | 2025.07.14 |
시간이 안 간다 (0) | 2025.07.02 |
우편함은 비어 있었다 (0) | 2025.06.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