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함
아침부터 몸이 무겁다. 눈을 뜨자마자 머리가 천근만근. 이불을 걷어내려다 팔이 축 늘어진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몸을 일으키는 데에도 시간이 걸린다. 마치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돌처럼, 나는 침대에 박혀 있다. 겨우겨우 발을 내디뎠지만, 발바닥이 바닥을 짚는 순간부터 다시 눕고 싶어진다.
세수를 하려고 거울을 보니 눈 밑이 시꺼멓다. 피부는 창백하고, 입술은 말라 있다. 피곤하다. 그냥 피곤한 게 아니라, 뼛속까지 스며든 피로다.
출근길에 몸을 이끌고 지하철에 탄다. 손잡이를 잡은 손이 덜덜 떨린다. 무릎도 시큰거린다. 한 칸 가득한 사람들 틈에서 나는 유령처럼 둥둥 떠다닌다. 눈을 감고 싶은데, 감는 순간 잠들 것 같아서 억지로 뜨고 있다.
사무실에 도착해도 마찬가지다. 컴퓨터 화면을 보는데, 글자가 춤을 춘다. 어제 쓴 메일을 다시 읽어 보니 문장이 이상하다. “확인 부탁드립니다.”를 “확인 부탁드립니닺.”이라고 적어놨다. 이 정도면 거의 오타도 아니다. 그냥 의식이 흐트러진 흔적이다.
점심시간이 되자 몸이 기울어진다. 밥을 씹다가 턱이 무겁다. 씹는 것도 일이다. 입안에서 음식이 뻑뻑하다. 겨우 넘기고 다시 앉아있자니, 눈꺼풀이 저절로 내려온다.
"어제 많이 못 잤어?"
동료가 묻는다. 나는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인다. 사실 많이 잤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자도 자도 피곤한 거다. 잠이 모자란 게 아니라, 내가 모자란 것 같다.
오후가 지나가고, 퇴근 시간이 다가온다. 몸을 일으키려는데 관절이 삐걱거린다. 겨우겨우 가방을 들고 회사 문을 나선다. 하늘이 어둑어둑하다.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갈아타고, 집 앞에 도착한다. 문을 열고 신발을 벗는데, 그 자세 그대로 주저앉고 싶어진다.
침대로 향한다. 이불을 덮는다. 그래, 이제 좀 낫겠지.
눈을 감는다.
그런데 이상하다. 분명히 침대에 누웠는데도, 아직 하루가 끝난 것 같지가 않다. 마치 또다시 아침이 온 것처럼, 머릿속이 복잡하다.
피곤하다. 정말, 피곤하다.